도망 못 가는 식물의 생존법, 감염 부위에 ‘벽’ 세운다
고려대 생명과학부 김옥매 교수 연구팀, 병원균 확산 막는
리그닌 방어벽의 신호전달 원리 규명

△ 식물의 병원균 감염에 대응하는 리그닌 방어벽 형성 원리
병원균이 침입하면 식물의 면역 수용체가 활성화되고, SCHENGEN 신호경로의 핵심 구성 요소인 CIF1/2–SGN3–BIK1 신호전달 체계가 작동한다. 이 과정에서 BIK1 단백질의 활성화는 리그닌 합성에 필요한 활성산소 생성과 리그닌 축적을 촉진한다. 그 결과 감염 부위 주변에 리그닌 방어벽이 형성되어 병원균과 세포사멸이 주변 조직으로 확산되는 것을 제한한다.
식물이 병원균을 ‘가둬서’ 막는 방어벽을 어떻게 만드는지, 그 신호 전달 원리가 밝혀졌다.
고려대학교(총장서리 정순영) 생명과학부 김옥매 교수 연구팀은 식물이 감염 부위 주변에 리그닌 방어벽(lignin barrier)을 세우도록 만드는 핵심 신호전달 체계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식물 과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 ‘Nature Plants(IF=15.0, JCR 식물 과학 분야 상위 1.4%)’ 온라인판에 10월 29일 게재됐다.
* 논문명: The SCHENGEN pathway regulates lignin barrier formation via the receptor-like cytoplasmic kinase BIK1 in plant immunity
* DOI: https://doi.org/10.1038/s41477-026-02446-x
* URL: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77-026-02446-x
식물은 동물처럼 도망갈 수 없다. 대신 정교한 면역체계로 맞선다. 병원균이 침입하면 감염된 세포가 스스로 죽는 ‘과민성 세포사멸’을 일으켜 병원균의 증식을 막는다. 하지만 세포와 세포 사이 틈으로 퍼지는 병원균은 이것만으로 차단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앞선 연구에서 식물이 감염 부위 주변에 리그닌을 쌓아 물리적 방어벽을 만든다는 사실을 밝혔다. 리그닌은 세포벽을 단단하게 만드는 성분이다. 이 벽이 병원균과 세포사멸이 번지는 것을 막아 감염을 한곳에 가둔다. 하지만 식물이 병원균의 침입을 감지한 뒤 어떤 신호를 거쳐 이 벽을 짓는지는 학계에서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 식물이 방어벽을 만들라는 명령을 전달하는 과정이 확인됐다. 병원균이 침입하면 세포 표면의 감지 장치(SGN3)가 이를 알아채고, 짝꿍 단백질(BAK1)과 함께 세포 안의 전달 단백질(BIK1)을 깨운다. 깨어난 BIK1이 리그닌 합성에 필요한 활성산소를 만들어 방어벽 건설을 이끈다. 연구팀은 ‘CIF–SGN3–BAK1–BIK1’로 이어지는 이 릴레이식 신호 전달이 침입 감지와 방어벽 건설을 잇는 핵심 원리임을 밝혔다.
이 신호 체계(SCHENGEN 신호경로)는 원래 뿌리가 자랄 때 경계벽을 만드는 데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잎에서는 같은 체계가 다른 단백질들과 손잡고 병원균을 막는 면역 반응을 조절했다. 식물이 같은 도구를 뿌리에서는 ‘성장’에, 잎에서는 ‘방어’ 에 나눠 쓰는 셈이다.
김옥매 교수는 “뿌리의 장벽 형성에 관여하는 신호경로가 잎의 면역 반응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 식물 방어체계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성과가 식물의 병 저항성을 높이는 새로운 전략 개발의 기초자료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개인기초연구 중견연구사업, 집단연구 선도연구센터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첨부] 연구진 사진

△ (왼쪽부터) 고려대 생명과학부 김옥매 교수(교신저자), 고려대 장은정 석박사통합과정(공동 제1저자), 고려대 전휘성 연구교수(공동 제1저자)
출처: 고대뉴스